걷다 보니 남미였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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걷다 보니 남미였어
생애 단 한 번뿐일지 모를 나의 남아메리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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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저자 소개

저자: 김동우

대학에서 신문방송학을 전공했고, 학보사 편집장을 거쳤다. 여행 전에는 평균수준의 글쓰기 실력을 믿고 그럭저럭 생계를 꾸려왔다. 그런데 이 책을 쓰면서 능력 면에서 ‘허당’이란 사실을 받아들였다. 그래도 어쭙잖은 글쓰기 실력으로 세계 일주 중 그간 몸담았던 전기신문과 몇몇 사보에 1년간 여행기를 연재했다. 세계 일주를 위해 본격적으로 시작한 블로그 ‘트레킹으로 지구 한 바퀴’(blog.naver.com/dw1513)가 네이버 ‘스타의 추천 블로그’로 선정되는 영광도 누렸다.

오래전 불볕이 내리쬐던 날, 프랑스 마르세유의 이름 모를 골목을 헤매던 내게 시원한 물 한 잔을 내밀던 한 아주머니의 선한 눈빛, 헝가리 부다페스트에서 무작정 길을 묻던 내게 아무 말 없이 목적지까지 동행해준 그녀의 미소 그리고 몇 해 전 파키스탄 히말라야에서 비칠대던 나를 보고 배낭을 대신 메준 그의 당당한 어깨….내 이마를 타고 흐르는 굵은 땀방울을 못 본 척 그냥 넘기지 않는 사람들, 말보단 행동으로 이야기하는 그들을 어떻게 잊을 수 있나.무엇이든 보는 것으론 만족을 못한다. 그래서 눈으로 하는 관광보단 몸으로 하는 여행을 좋아한다. 차를 타고 가다 마주친 풍… 경보단 걷다 만난 세상이 더 소중하고 아름답다. 걷고 쓰고 찍는 게 내가 제일 좋아하는 일이다. 여유 있는 걸음으로 천천히 시선을 옮기며 여행에서 내 것을 찾는 데 몰두하고 있다.


■ 목차

Prologue 그런 건 중요치 않아, 이렇게 바람이 불잖아

여행의 서곡 – 최고의 도시에서 한 달
블랙홀, 부에노스아이레스

첫 번째 여행 – ‘넬라 판타지’를 찾아서
이구아수 폭포

두 번째 여행 – 세상 끝 바람이 불어오는 곳
파타고니아, 꿈의 길

세 번째 여행 – 악마의 산으로
남미 최고봉 아콩카구아(6,964m), 바람 속을 걷다

네 번째 여행 – 머물 때와 떠날 때
볼리비아·페루 가장 남미다운 길

마지막 여정 – 집으로 가는 길
여행을 묻다

Epilogue 새로 찾은 여행

Interview………

극지 마라토너와의 대화
“사람, 나를 달리게 하는 힘”

아콩카구아 등정에 성공한 김일영 씨
성공한 자도 실패한 자도 삶을 배운다

이지상 여행 작가
역동적 뿌리내리기


■ 책 속으로

고백하건대 처음부터 세계 일주를 꿈꾼 건 아니었다.
허전함이었다.
또 불안감이었다.
삶에서 무엇을 잃어버렸는지조차 알 수 없었다.
그때였을까.
‘행복’을 생각했다.
회사를 나와 오후 햇살을 즐겼다.
(/ p.8)

우린 행복해야 한다.
삶의 아주 단순한 명제다.
이 간단한 한마디를 위한 몸부림은 실로 눈물겹다.
내가 눈을 질끈 감고 용기를 낼 수 있었던 건,
일상의 무너진 균형을 더는 지탱할 수 없었기 때문이다.
나는 도심을 빠져나가는 하행선 위에서 가장 즐거웠다.
당신이 행복했으면 좋겠다.
(/ p.22)

지그시 눈을 감은 여성 댄서는 빛바랜 땅고 리듬에 몸을 맡겼다. 파트너의 리드에 따라 스텝을 옮기는 표정은 마치 ‘당신은 어떤 분인가요? 당신의 리듬을 알려주세요.’라고 말하는 것처럼 감미로웠다. 한 곡이 끝나갈 무렵 둘이서 추기 시작한 춤은 한 몸으로 끝을 맺고, 따스한 미소를 나누며 다시 둘이 됐다. 이마에 맺힌 땀방울이 오색 조명에 싱그럽게 반짝였다.
사람을 알아가는 데 이보다 더 아름다운 방법이 있을까?
(/ p.59)

라면 가게 벽은 이곳을 방문한 한국인의 이름 석 자로 빼곡했다. 사람들의 필체에선 지구 반대편에서 라면집을 발견한 행복감이 느껴지는 듯했다. 자연은 빈 공간을 그대로 내버려두지 않는다고 했다. 여행자들도 칠레의 땅끝에서 하얀 벽면의 쓸쓸함을 견디지 못한 것 같았다. 나도 그들처럼 펜을 들고 빈 공간을 찾았다.
(/ p.155)

바람의 땅 파타고니아를 대표하는 이곳은 중력에 반하는 수직 이동만 있는 산행과는 질적으로 다른 코스로 우리를 안내한다. 노글노글한 능선을 오르락내리락하다 코발트빛 호수를 지나 산에 오르는 길… 트레킹의 참 매력이 바로 이 트레일에 전부 녹아 있었다. 지상 최고의 트레킹 코스는 내겐 꿈의 길이었다. 트레킹은 단순히 산길을 걷는 것에서 끝나지 않는다. 인간 본연의 탐미적 갈망을 길 위의 아름다움으로 충족할 수 있는 방법이며 지구가 숨겨 놓은 아름다움을 찾아가는 가장 정직하고 순수한 길이다.
(/ p.173)

하라상은 숙소에서 나와 대화가 가장 잘되는 일본인 여행자였다. 그녀는 환갑을 넘긴 나이에 1년의 여행 계획 중 첫 번째 나라로 중국을 둘러보고 있었다. 하라상은 오사카에서 초등학교 교사로 정년퇴임했는데, 남편과는 사별했고, 두 딸 중 한 명은 결혼했고 한 명은 싱글이라고 했다. 내 나이를 묻고는 “왜 결혼하지 않았느냐?”며 노총각이라고 놀리곤 했다.

하라상의 걸음걸이는 보는 이를 늘 불안케 했다. 손대면 할리우드 액션배우마냥 ‘픽’ 하고 쓰러질 것 같았다. 색 바랜 티셔츠 몇 벌이 그녀가 가진 옷가지의 전부였고, 카메라는 낡은 서랍 속에서 방금 꺼낸 것 같았다. 기능 하나 없어 보이는 배낭은 수명이 얼마 안 남은 것처럼 다스러져 있었다. 저 가냘파 보이는 몸 어디에서 저런 에너지가 솟구치는지 신기할 따름이었다.

하라상은 흰쌀밥이 정말 먹고 싶다고 했다. 나도 마찬가지였다. 우리는 음식 이야기를 나눌 때면 사막의 태양처럼 이글거리는 눈빛으로 돌변했다. 그녀와 난 영어, 한국어, 일본어를 총동원해 맛을 표현해 냈다. 한 서양인 여행자가 우리를 신기한 눈으로 쳐다봤다. 그는 짤막한 3개 국어의 사용보단 우리의 상기된 얼굴을 더 신기해하는 눈치였다.

하라상을 위해 우루무치 마트에서 산 라면을 끓였다. 물이 뽀글뽀글 끓자 하라상은 어디서 구했는지 마늘 한 쪽을 가져왔다. 하라상은 조금 맵지만 그래도 맛있다며 국물까지 한 컵 따라 마셨다. 라면을 먹은 그녀는 숙소를 나섰다. 그리곤 저녁이 다 돼서야 돌아왔다. 얼굴에선 종일 태양에 그을린 흔적이 고스란히 묻어났다. 그녀는 걸어서 무슬림 무덤을 보고 왔다고 했다. 바나나 한 개를 챙겨 하라상에게 건넸다.
(/ pp.200~201)

“넌 마라톤 왜 시작했니?”
“그냥 뛰는 사람이 멋져 보여 시작했는데 해보니까 매력 있더라고요. 그래서 빠졌죠. 뛸 때는 힘든데 뛰고 나면 기분 좋잖아요.”
“근데 사람들이 너한테 특이하다고 하지?”
“네.”
“그 말 듣기 싫지?”
“그쵸! 그 말 짱나요!”
“나도 여행하면서 산만 타고 다니니 그 소리 많이 들었거든. 근데 정확히 이야기하면 특이한 게 아니라 좋아하는 게 다른 거잖아.”
(/ p.223)

아콩카구아는 ‘내가 가장 좋아하는 게 뭘까’, ‘어디서 무엇을 봐야 가장 행복할까’란 생각에서 출발한 최대의 도전이었다. 그런데 이런 내 생각을 알아주는 사람은 그리 많지 않았다. 같은 여행자 중에도 나와 다름을 유쾌하게 받아들이는 사람은 극소수였다. ‘저렇게까지 해야 하나’란 비릿한 웃음을 보내는 여행자도 있었다. 그런 반응을 볼 때마다 이맛살을 찌푸렸지만 그냥 참고 넘겼다.
(/ p.230)

서른 중반, 구원받지 못한 내 꿈을 찾아보고 싶었다. 진짜 나는 어디에 있단 말인가. 그렇게 시작한 세계 일주였고, 그렇게 도전한 산행이었다. 내 주변이 원하는 모든 걸 등진 길이었다. 직장도, 자동차도, 보험도… 없었다. 내가 가진 건 배낭 두 개가 다였다. 돌아갈 곳은 없었다. 단지 내가 걸어갈 길이 있을 뿐. 그 길 마지막이 아콩카구아 정상이 됐으면 했다. 꼭 그렇게 만들어 보고 싶었다. 내 진심이 모자란 걸까? 아니면, 내가 너무 많은 걸 바란 걸까?
산 어디쯤에 누워 하늘을 정면으로 응시하는 이 순간에도, 지나온 여행길처럼 혼자였다. 텅 빈 공간의 비애감은 가혹했다. 하늘을 보며 서럽게 울고 싶었다. 울분을 받아줄 누군가가 있다면 멱살을 잡고 한 서린 절규를 토해내고 싶었다.
‘왜 난 안 되냐고! 도대체 왜 난… 진절머리 나는 바람 앞에 서서 한번쯤 안데스를 내려다보고 싶은 게 다였는데! 아~! 아~앗~ 아… 아….’
하늘은 무심히 바람을 쏟아냈다. 아무 대꾸 없이.
(/ pp.259~260)

버스 문이 열렸다. 기사아저씨에게 내려야 할 정류장이 맞는지 한 번 더 확인했다. 저만치서 아버지가 마중을 나와 있었다. “왜 안 내리고 꾸물거려.” 지구 한 바퀴를 돌아 새집을 찾아온 아들에게 하는 아버지의 첫마디였다. 아버지는 수족을 자유자재로 쓰는 아들을 확인하곤 그제야 짧게 한마디 덧붙였다.
“어휴~ 사지 멀쩡해 다행이다.”
아버지와 나란히 서글서글하게 휘어진 고샅길을 걸었다. 뽀드득, 뽀드득 눈밭 위에 길게 발자국이 이어졌다.

“멍, 멍! 머~엉~멍!” 집 앞마당에 들어서자 일면식도 없는 우리 집 막내가 날 잡아먹을 기세로 반겼다. 여행 중 간간이 동생이 보내준 사진으로 새끼 때부터 텔레파시를 나눈 진돌이였다. 이 소리에 엄마가 문을 열고 뛰쳐나왔다.
“아들아~”

가슴이 고동치는 길에서 신명을 다해 여행을 즐겼다. 그리고 다시 원래 있던 자리로 돌아왔다. 이 자리가 내가 있어야 할 곳인지는 불분명했지만, 이제야 긴장을 내려놓고 깊은 잠에 들 수 있을 것 같았다. 집을 떠나는 게 여행이지만, 그 완성은 집에 돌아오면서 이뤄진다. 삶도 치열하고, 여행도 치열하긴 마찬가지다. 거기서 우린 질문을 던지고 답을 얻고, 또 다른 질문을 던지며 그렇게 가야 한다.
(/ p.374) 펼처보기

 


■ 출판사 리뷰

남미에서 만난 행복의 진짜 얼굴
[오마이뉴스]에 두 달간 연재된 남아메리카 여행기

그의 남미 버킷리스트에는 ‘죽기 전에 꼭 가봐야 할 세계 10대 지상 낙원(내셔널지오그래픽 선정)’ 토레스 델 파이네가 있었고, 신비로움의 극치인 우유니 소금사막이 있었다. 새해 첫날을 마추픽추에서 맞이하고, 아프리카라고 해도 전혀 어색하지 않은 와카치나의 사막에서는 샌드 보딩을 즐기고, 지루한 오르막이 이어지는 비야리카 화산 트레킹에서는 화산 썰매를 타고 하산을 감행한다.

하늘빛을 닮은 모레노 빙하와 맹금 콘도르가 날개를 쭉 펴고 공중을 유영하는 꼴카 캐니언도 구경한다. 그러나 무엇보다 바람의 땅 파타고니아는 걷는 즐거움이 무엇인지 그에게 알려주었다. 저자는 행복의 길이 지상에 존재한다는 사실에 행복을 만끽한다. 남미는 찾아가는 곳마다 팔색조 매력으로 그를 유혹한다.

기자 생활 8년간 한 가지 빼고는 다 가져봤다. 그 한 가지가 바로 ‘행복’

‘번듯한 직장도 있고, 아직은 탈 만한 차도 있고, 미래를 대비한 보험도 있다. 그런데 뭐가 이렇게 허전하지?’ 문득 스친 한 자락 생각 때문에 8년차 기자 김동우는 주머니를 뒤지다가 ‘행복이 없다’는 사실에 눈을 뜬다. 이대로는 안 되겠다는 생각에 “내가 가장 좋아하는 게 뭘까?”, “무엇을 해야 가장 행복할까?”란 질문을 던지고 300일간의 세계 일주를 계획했다. 그 길로 사표 쓰고 차 팔고 집 정리하고 보험 해지하고 배낭을 쌌다.

한국에서 가장 먼 곳, 남미에서 그가 만난 행복의 얼굴

그가 세계 일주를 준비하면서 마음에 품었던 곳은 남미. 한국의 정반대편에 있는 남미 대륙에서 그는 뜻밖에도 도시의 매력을 발견한다. 부에노스아이레스에는 세계에서 가장 아름다운 서점 엘 아테네오가 있고, 몸으로 나누는 대화 ‘땅고’를 즐기는 밀롱가의 사람들도 있었다. 거리에는 애잔한 음색의 반도네온 연주가 울려 퍼지고, 식탁에는 마블링 제로의 소고기와 노을빛 와인이 빠지지 않는다. 그리고 무엇보다 아이처럼 웃음을 되찾은 자기 자신을 발견한다.

파타고니아에서는 바람이 말을 걸어온다

그의 남미 버킷리스트에는 ‘죽기 전에 꼭 가봐야 할 세계 10대 지상 낙원(내셔널지오그래픽 선정)’ 토레스 델 파이네가 있었고, 신비로움의 극치인 우유니 소금사막이 있었다. 새해 첫날을 마추픽추에서 맞이하고, 아프리카라고 해도 전혀 어색하지 않은 와카치나의 사막에서는 샌드 보딩을 즐기고, 지루한 오르막이 이어지는 비야리카 화산 트레킹에서는 화산 썰매를 타고 하산을 감행한다.

하늘빛을 닮은 모레노 빙하와 맹금 콘도르가 날개를 쭉 펴고 공중을 유영하는 꼴카 캐니언도 구경한다. 그러나 무엇보다 바람의 땅 파타고니아는 걷는 즐거움이 무엇인지 그에게 알려주었다. 저자는 행복의 길이 지상에 존재한다는 사실에 행복을 만끽한다. 남미는 찾아가는 곳마다 팔색조 매력으로 그를 유혹한다. 그리고 이번 여행 최대 도전이었던 남미 최고봉 아콩카구아도 그의 눈앞에 우뚝 솟아 있었다.

아마추어 트레커는 남미 최고봉 아콩카구아 등정에 성공했을까?

저자는 팀 구성 없이 혼자서 베이스캠프를 차리고 정상 등정을 위해 때를 기다린다. 아콩카구아 최대의 적은 바람. 심한 날은 시속 100킬로미터가 넘는 바람이 정상을 훑고 지나간다. 바람은 때로는 폭포수처럼 쏟아지기도 하고, 바위처럼 전신을 강타하기도 한다. 고산증을 막기 위해 하루에 4리터의 물을 마시며, 메마른 산턱의 바람을 뚫고 정상으로 한 걸음 다가선다. 보유한 식량이 떨어져 갈 무렵, 날씨 예보를 무시하고 정상 등정을 위한 시도에 나선다. 그러나 강풍 앞에 무릎을 꿇고 재도전을 위해 전열을 가다듬었지만, 14일간의 도전은 텐트 고장이라는 뜻하지 않은 불상사를 만나며 실패로 끝난다.

남미 여행 버킷리스트의 최상단을 차지했던 아콩카구아 등정 실패는 그에게 크나큰 상처를 남긴다. “여행의 목표을 달성하지 못했다면 과연 이 여행은 내게 어떤 의미가 있는 것일까?” 삶보다 더 치열했던 1년간의 여행길은 이 책의 마지막 여정 ‘여행을 묻다’를 통해 새로운 길로 담담히 들어서며 진정한 여행자의 탄생으로 이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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